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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빌려 투자한다는 “영끌투자” 빚내서 투자한다고 해서 “빚투”라고도 불리는데요. 돈을 빌려 주식, 코인을 사거나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게 모두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을 사고 팔 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빌려 사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이렇게 차입을 통해 기업을 사는 것에 대한 살펴보겠습니다.
2. 레버리지 효과가 뭐야?
우리가 대출받아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레버리지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대출금이 지렛대처럼 작용함으로써 손익이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우리가 백만원을 가지고 주식 한 주를 사서 10%가 상승했다고 한다면, 10만원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백만원을 추가로 빌려서 2백만원어치를 샀다면, 20만원을 얻게 되고, 이자율이 5% 라고 한다고 치면 5만원을 지불해도 15만원이 남아서 돈을 빌리지 않았을 때 10만원에 비해 50%를 더 많이 벌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가치가 오른다고 레버리지를 쓰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고, 수익률이 이자율보다 높아야 쓰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방금 사례에서 이자율이 주가상승률과 동일한 10%라면 대출받지 않는 것과 차이가 없게 되고 주가 상승률보다 높은 15%라면 50%를 적게 벌게 되는 것이죠. 금리가 상승할수록 대출을 적게 받는 게 좋다는 아주 뻔한 이야기입니다.
3. 인수금융이 뭔데?
투자업계에서는 인수 시 이렇게 차입하는 것을 인수금융이라고 하는데, 말그대로 인수시에 금융을 한다는 뜻입니다. 인수금융의 유형으로는 Equity 형, 혼합형, LBO(Leveraged Buy Out)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이해하기 쉽게 LBO = 인수금융이라고 생각해도 이해하는데 괜찮습니다.
LBO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그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여 돈을 빌려 그 기업을 사는 방식인데, 언뜻 생각하면 자기 것도 아닌 것을 담보로 제공해서 자기 걸로 만든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내 집도 아닌 집을 담보로 빌려 사는 주택담보대출과 크게 다를 것도 없습니다.
인수금융을 쓸 때, 보통은 인수금의 50~70% 정도는 차입을 통해, 그리고 그 나머지 30~50%정도는 내 돈으로 지불합니다. 쩐주로부터 작은 금액을 투자 받아도 큰 기업을 살 수 있고, 차입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은 세무상 비용처리가 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절세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고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사모펀드(PE)가 가장 애용하는 인수 기법입니다.
그러나 대출기관은 자비롭게 대출해주는 것이 아니라 담보를 잡고, 가치가 떨어지면 담보권을 실행하여 파산을 시킬 각오로 빌려주는 것입니다. 이에 사모펀드로서는 파산 위험을 피하기 위해 투자하기 적합한 회사를 찾아야 하는데, 인수금융으로 인수할 만한 기업의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물론 말씀드릴 것 중 많은 것들이 충족이 되지 않아도 진행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파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수 대상의 현금흐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년 이자비용과 원금 일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매년 변동성이 있더라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업의 현금흐름 변동이 크거나 바이오 기업처럼 아직 발생하지 않는다면 인수금융에 좋은 대상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업 가치가 최초 100억원에 사서 2년차에 20억원이 되었다가 3년차에 200억원이 되었다고 할 때, 전부 내 돈으로 샀다고 하면 100억원을 버는 거지만, 100억원 중 50억원을 빌려 산 경우에는 2년차에 담보가치가 대출금을 미달하게 되고, 대출기관이 담보를 팔아서 파산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내 돈 전부를 날릴 수도 있습니다. 즉, 변동성에 “존버”를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예상 현금흐름에 맞춰서 상품 설계를 다르게 하면 불가능할 건 없습니다만, 프리랜서보다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사람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은 파산 시 매각을 통해 현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타워 업체 같이 판매가 쉬운 유형자산이 많을수록 대출의 한도를 늘릴 수 있고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서 매각하기 전까지 우리가 대환을 하듯이 싼 대출금으로 갈아타는 행위도 종종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돈을 빌려다가 자기 투자금을 회수해 가기도 하는데, 다른 글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4. 종류가 어떻게 되는데?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기업을 인수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하는데 있어 인수금융이 소중한 무기 또는 스킬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인수금융도 일률적인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상품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사실 돈을 빌려주는 기관들도 자기 대출 상품을 최대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서 알맞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 마련입니다.
흔히 사용되는 것으로는 리볼버(Revolver)와 텀론(Term Loan)이 있습니다. 쉽게 리볼버는 신용대출, 텀론은 일시대출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즉, 리볼버는 만기까지 중간에 갚거나 다시 빌리는 것이 가능하고, 텀론은 한번 대출 및 상환하면 추가차입이 되지 않고 스케쥴에 따라 상환을 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리볼버라고 불리는 리볼빙 크레딧 퍼실리티(Revolving Credit Facility)는 회사가 예기치 못한 현금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하거나, 현금흐름이 연말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연 중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열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볼버는 돈을 빌리는 회사가 마음대로 대출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인출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을 두가지로 구분해서 받아야 합니다. 대출이 실행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일반 은행대출처럼 금리가 산정되고, 대출되지 않는 금액에 대해서는 약정수수료라고 해서, 빌려주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쓸 수 있게 준비한 대가를 요구합니다. 당연히 약정수수료는 연간 0.5% 미만으로 낮습니다.
텀론(Term Loan)은 만기가 정해져 있고, 일정에 따라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대출입니다. 텀론은 한 번에 대출이 실행되고 추가로 빌릴 수 없습니다. 텀론은 크게 텀론A(TL A)와 텀론B(TL B)로 구분이 되는데, 텀론A는 대출기간 동안 상당량의 원금상환을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반면, 텀론B는 연간 1%정도만 상환을 요구하거나 상환이 없고 만기에 한 번에 상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외에도 중순위, 후순위 텀론, 자산담보부대출, 브릿지론, 후순위채권, 등이 있고 론 별로 다양한 조건이 설정될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리볼버, 텀론 A, 텀론 B는 가장 많이 쓰이고 정형화된 상품입니다. 인수 전략을 세울 때 이런 무기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합니다.
5. 그냥 빌려주지는 않는다. 조건은 어떻게 되는데?
대출기관이 “착한 애니까 잘 갚겠지” 하면서 빌려줄 리는 만무하고, 기업에 대해 스터디를 하고, 온갖 조건을 담은 수 백 페이지짜리 대출약정서를 체결하고서야 빌려줍니다. 사모펀드가 회수한 돈으로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하기 때문에 자기자본보다 안정성은 높지만, 사업이 쫄딱 망하면 대출금 또한 무사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출을 내주기 전에 대출기관입장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재무모델링을 통해 여러가지 시나리오, 민감도를 돌려보면서 얼마나 안 좋아져도 상환할 수 있는지를 보기도 합니다. 간단하게는 원재료비가 50% 증가해도 상환할 수 있어? 라든지 경쟁사가 들어와서 너네 시장점유율이 반토막나도 상환이 돼? 등의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해서 검토를 해보고는 합니다. 어느 민감도에서 상환되면 빌려준다 라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사업성격에 맞게, 자금 성격에 맞게, 금리에 맞게 그때 그때 판단합니다.
참고로, 재무모델은 사업/자본 구조, 자금수지, 손익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엑셀파일로, 논의의 기본이 되는 자료입니다. 모델링 스킬은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니어들은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쉽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기회가 되면 다음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출 약정서로 돌아와서,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수 백 페이지 계약서를 들고 다닌다면 아무도 안 볼 것이기 때문에, “Term Sheet”이라고, 10페이지 정도에 주요 대출 조건을 요약한 서류를 들고 다니는데, “우리 이렇게 빌리려고 하니까 한번 검토해줘~ 이거로 협상하자” 정도로 쓰입니다.
주요 조건으로는 담보, 순위, 만기, 이자율, Covenant 등이 있습니다. 다른 거야 익숙한 것들이고 Covenant는 우리 말로 ‘약정’으로‘빌려간 동안 이거는 지켜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입니다. 약정은 해야하는 것과 하지말아야 할 것, 재무적으로 유지해야할 것을 정하는데 예를 들어, 이익규모가 어느정도 이상은 되어야 해 라든지, 어느 규모 이상의 자금집행은 하지 말아야 해 등이 있고 지키지 않으면 파산(Event of Default, EOD)의 사유가 되어 대주가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게 그렇지만 인수금융이라는 것을 잘 쓰면 좋지만, 물리면 정말 골치 아파집니다.
6. 마무리하며
그 골치 아픈 일이 실제로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이 그런 상황인데요 화장품 전문기업 제이준코스메틱을 인수했던 엠버캐피탈코리아는 제이준코스메틱 경영권을 인수한 지 열흘도 안 돼 대출기관에 지배력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계약상 조건 위반으로,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담보권을 실행한 것입니다. 큰 회사들 중에도 이런 위험이 있는 곳이 몇 개 있는데, 다른 글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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