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앞에서 한번 언급했던 재무모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재무모델의 테크니컬한 부분보다는 이런저런 이야기에 집중해보겠습니다.
<목차>
1. 재무모델이 뭔데? 왜 필요해?
재무모델은 회사를 사고 팔때 가장 기본적으로 검토하는 자료입니다. 여기에는 회사의 재무적인 내용이 포괄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매출액부터 현금흐름까지 회사가 굴러가는 흐름을 실적과 향후 추정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수합병 당사자들은 이 모델을 바탕으로 인수가 산정도 검토하고, 향후 현금흐름도 살펴보고, 수익률도 뽑아보고, Debt structuring도 하고, 사우나도 가고 다 합니다.
예를 들어서, 매도인이 "우리가 실사를 바탕으로 이정도의 논리로 이렇게 짜봤더니 이런 현금흐름이 나오고 이정도 수준의 가격이 적당하다!" 주장하면서 협상 상대에게 재무모델을 주면, 매수인은 내부적으로 따로 모델링을 하여 인수가를 산정해서 거래에 응찰하거나, 그 모델을 가지고 분석한 뒤에 "글쎄? 재무실사에 따르면 그 논리는 이 부분이 조금 이상한데 조금 조정해볼게. 그리고 너무 낙관적인 것 같아." 라고 하면서 협상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설명 편의상 둘이 한 모델을 가지고 협상한다고 합시다. 협상 어느 선에선가 둘다 고개를 끄덕이는 선이 생기면 좋겠지만, 도저히 간격이 좁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매도인은 시장 성장을 정말 좋게 봐서 "아니 산업 성장성을 봐봐. 적어도 EBITDA 10%는 매년 성장할수 있다니까? 실적도 그렇잖아"라고 하는 반면, 매수인은 "그거 인건비 쥐어짜서 겨우 만든거고.. 시장은 지금까지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지금 상황이 안 좋은것 같아.."라고 하면서 눈높이가 안맞으면 .. 뭐 그냥 없던 일 되는 것입니다. 간혹 뉴스에 '모 PE 의 A회사 인수 결렬'이라고 뜨는 것 중에 한 사유인 것이죠. 물론 딜이 깨지는 사유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재무모델이 협상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고, 사실 인수가 산정 자체로는 모델이 그렇게 필수적이지는 않습니다. 의사결정권이 있으신 높은분의 머리속에서 "아~ EBITDA가 이정도고 비교회사들이 EBITDA대비 이정도에 거래되고 있으니까 얼마에 사는게 좋겠네" 정도로 결정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딜에서 모델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머리속의 " 아~... 좋겠네" 부분의 근거를 만들어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쩐주로부터 돈을 받아와서 투자하는 경우라면 "우리 이런 논리를 기반으로 인수가를 산정했고, 이런 현금흐름이 예상되는 회사를 살겁니다. 그래서 수익률은 IRR 18%가 기대되네요."라고 말해줘야 할 것이고, 어떤 회사가 다른회사를 산다고 하면 이사회에서 승인받을 근거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투자 성과가 잘 안 나왔을 때 "왜이렇게 비싸게 샀냐"라고 했을 때 그때 그 높으신 영감님께서 "아~...좋겠네"라던데요?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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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무에서의 재무모델
재무모델이 그럼 정확하냐? 개뿔 하나도 안맞습니다. 분기별로 추정한다고 해도, 아무리 정교해도 당장 다음분기부터 틀리는 경우가 절대 다수고 5월말에 작성해서 2Q 추정을 해도 틀립니다. 만들면서 꼭 맞을거라고 기대도 안합니다. 그런데도 기를 쓰고 만듭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트가 150장을 넘어가기도 합니다. 맞지도 않을 거 왜 만드는지는 앞에서 말한 대로 협상, 설득에 필요하고 배임이슈 등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런 재무모델은 엑셀로 만들고 엑셀로 주고 받습니다. 요즘 좋은 프로그램 많은데 왜 엑셀로 하냐?라고 물으신다면, 뭐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고 불편함을 못느껴서가 아닐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일단 이해하기가 쉽고 검토하기도 쉽고 다수가 사용하고 있고 엑셀로도 충분하고 가장 효율적이기도 한 것 같네요. 특별히 높은 수준의 프로그래밍 지식도 필요없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이해하기 쉬운 도구를 써야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VBA도 활용할줄 알아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기초적인 수준으로 커버가 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만드는건데? 는 하루종일 잡아놓고 훈련을 시켜줄수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고 테크니컬한 부분이다 보니 패스하겠습니다.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저를 찾아와서 모델링에 필요한 회계와 재무 기술적인 테크닉에 대해 과외를 받..아도 되지만 그냥 Sheet1을 켜서 아무 모델이나 받아다가 따라서 만들어보시면 됩니다. 회계와 재무의 기초를 이해하고 계시다면 시력만 조금 포기한다면 곧잘하시게 될겁니다.
재무모델을 만드는 것을 업계에서는 "판잡는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굉장히 지엽적이고 눈알빠지도록 엑셀을 보고 있어야 해서 주니어들이 주로 맡는 업무입니다. 시니어들은 사람들 만나러 다니면서 네트워킹 해야지요. 결국 금융의 본질은 연결/영업입니다. 재무모델은 수단일 뿐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