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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 이야기3 : 물려버린 사례(한샘/락앤락/에이블씨엔씨)

by 친절한소나무 2024.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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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들어가며

 
2021년 하반기부터 주식 시장이 좋지 않았는데요, 2023년부터 회복세가 조금씩 나타나고 2024년에는 미국시장 위주로 회복되었지만, 국내 투자자라면 웬만한 투자자들은 많은 분들이 물려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기업 인수 시장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천억원을 넘게, 많게는 조단위로 투자했는데 물려버린다면 어떨까요? 규모가 너무 커서 쉽게 손절할 수도 없고, 그저 기도메타 밖에 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상장사를 인수했을 경우에는 더 심각한 상황인데,오늘은 투자로 손실보는 분들에게 위로 아닌 위로(?)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사례가 있습니다. 엄청난 전문가여도 이럴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정말 쉽지 않은 시장인 것 같습니다.
 

2. 한샘 인수 사례

 
첫번째로 소개해드릴 것은 IMM PE가 투자한 한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IMM PE에 대해 이전에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IMM PE는 MBK 파트너스, 한앤컴퍼니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큰 사모펀드입니다. 그리고 한샘은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가구판매 인테리어 등을 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심각한 것 같은데, 여러분이 한 번 봐 보시죠.
 
IMM PE가 2022년 1월초 인수한 한샘 지분율은 약28%로, 약1조 5천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인수할 당시에도 인수 금액에 대한 말이 많기는 했습니다. 한샘은 상장사인데, 그때 당시 시장가격 11만원짜리를 22만원에 사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장의 반응은 일시적이지만 폭발적이었습니다.
 
뭐 투자할 때 나름대로의 투자 분석으로는 비용 절감할 것도 많고, 기존 보유 자산하고 시너지도 내고 해서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 관점에서 쉽게 이해가 가는 인수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인수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얹어 주긴 하지만, 두배는 일반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국내 경영권 프리미엄 현황 분석(자료: 경제개혁연구소)] :
경영권 프리미엄은 연구마다 다르지만 “45% 이상”, “48%~56%”, “39%~53%” 등 50% 내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남.

 

뭐, 주가가 하락해서 손실을 보고 있으나, ‘존버’하면 되는 게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돈을 빌려서 사는 ”인수금융”으로 샀다는 점입니다. 인수대금 1조 5천억원 중 빌린 돈의 규모는 8,550억원으로 약 60%를 빌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언론에 따르면 세부적으로는 선순위 대출 6,200억원, 중순위 2,100억원, 후순위 250억원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는 빌려준 돈 상환해야 하는 순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주가가 6만원 수준으로, 인수가에서 거의 반의 반토막이 나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시가의 2배 가격으로 60%를 빌려서 사왔는데, 주가가 반토막이 나버린 상황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아파트 거래가 5억원짜리가 너무 마음에 들고 이쁘게 인테리어해서 팔면 돈이 될 것 같아 웃돈을 얹어 10억원에 사면서 6억원을 대출받았는데, 그 아파트가 2.5억원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한샘 주가 확인하러 가기]
 
이전 글에서 말했다시피, 대출은 재무약정으로 ‘이거는 지켜라’고 정하고지키지 않으면 대주가 자금을 회수(담보처분)할 수 있게 되는데, 이번 대출금의 경우 선순위 대출 재무약정 최초 설정 시 회사의 EBITDA가 1,350억원에 미치지 못했을 때 담보 대비 비율이 75%를 넘기지 말 것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모펀드(PE) 이야기2 : 돈을 빌려 회사 사기 참고]
 
그냥 쉽게 생각해서, 선순위 대출이 6,200억원이니까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치가 8,300억원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이게 주가로 따지면, 약 8만 3천원 수준인데, 6만원까지 빠진 상태이니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EBITDA 실적을 보면, 2020년 1,575억원을 달성하고, 2021년에는 1,400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투자 의사결정 시점이 2021년 8월쯤인데, 이때 2020년 6월까지의 실적이 EBITDA 724억원, 2021년 6월까지의 실적이 EBITDA 867억원이었으니 아마 2021년이 더 실적이 좋았을 것으로 예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2021년에 11% 감소했고, 2022년 2023년에는 800억원도 내지 못했네요.
 

한샘의 이익규모 및 수익성

 
그럼 대주들은 담보권을 처분했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게, 대주 입장에서도 팔아봤자 자기 원금도 못건질 수 있는 거 ‘한번 잘 살려봐라’ 기회를 주는 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IMM PE또한 2022년 롯데쇼핑으로부터 자금 조달, 2023년 공개매수와 사옥매각 등 일정 조건 설정 등을 통해 일정기간 재무약정 Test 면제를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상태는 LTV가 100%를 초과하는데요, 다시 말해, 담보가치가 대출금에 미달해서 담보로 제공된 주식을 팔아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IMM PE에 추가 출자를 요구하거나 담보 주식을 팔아버려서 최대한 회수하는 방법을 택하거나, 아니면 재무약정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이 ‘한샘사태’ 이후 대주단들도 주가 변동성이 커 상장사에는 인수금융을 잘 안 하려는 분위기도 생겨났고, 상장사를 사더라도 주가가 즉각적으로 보이는 부담과 공시 부담 등으로 인해 자진상폐를 시키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3. 락앤락 인수 사례

 
두번째로 소개드릴 것은 락앤락 인수 사례입니다. 락앤락은 모두들 아시듯 밀폐용기를 판매하는 대표적인 회사인데요. 사실 밀폐용기 외에도 제빙기, 에어프라이기 등 소형가전 등 다양하게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어피니티는 싱가폴, 홍콩, 서울, 시드니, 베이징, 자카르타 등에 거점을 두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사모펀드로, 2002년 스위스계 대형은행 UBS그룹 산하 UBS캐피탈아시아퍼시픽이 독립한 회사입니다. 어피니티는 롯데하이마트, 오비맥주, 더페이스샵 등을 사고 팔면서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5조원까지 차익을 남긴 실력있는 사모펀드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피니티가 인수한 한샘 지분율은 약64%로, 약6천3백억원에 2017년 8월 인수했습니다. 당시 시장 가격 1만3천원이었는데, 1만8천원 수준에 인수했으니 약 40% 정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얹어준 셈입니다. 하여튼 인수 이후 3만1천원도 넘었던 적이 있으니 당시에는 역시 어피니티다 라는 평가가 있었을 겁니다. 네, 상황이 좋을 땐 신나서 이런저런 전략을 짜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나오는 건 모두 본전회수를 걱정하는 기사뿐인데, 사실은 본전회수는 고사하고, 인수 시 빌린 돈부터 문제인 상황입니다. 락앤락 인수 대금 6,300억원 중 약51%인 32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 보유 지분 가치는 약 2,000억원으로 반토막 이하가 되어버려 LTV가 100%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즉, 담보물을 팔아도 대출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까 예시로 참고해보자면, 5억원짜리를 7억원에 사면서 3.5억원을 빌려왔는데 지금 시장가격이 3억원정도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락앤락 주가 확인하러 가기
 
영업실적 추이는 어떨까요? 2017년 인수하기전까지 2014년 530억원, 2015년 623억원, 2016년 845억원으로 아주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만, 인수 이후 2017년 730억원, 2018년 576억원 그리고 2021년 653억원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출액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수익성이 악화되어 EBITDA는 정체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락앤락 인수규모 및 수익성

 
그 이유는 락앤락 같은 주방용품 전문기업이 아닌 회사들도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관련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이케아부터 이마트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 한샘 등도 밀폐용기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해외직구가 쉬워지면서 러버메이드 등 외국 제품도 쉽게 구매가 가능해졌습니다. 결국, 많이 팔아서 매출액은 커지지만, 경쟁이 치열해져서 마진이 박해진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피니티가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공개매수’입니다. 2024년 4월 18일, Affinity는 락앤락의 잔여 지분 30.33%를 주당 8,750원에 매수하는 공개매수를 시작했습니다. 이 공개매수는 총 1,149억 원 규모로, 락앤락을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고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상장폐지 후에 좀 보완하고 엑시트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시장상황이랑 실적이 영 좋지 않으니 고민이 많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인수 당시 EV/EBITDA 멀티플 약 10배로 샀던 점을 고려했을 때, 멀티플을 10배로 방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2023년 EBITDA가 77억원에 불과하거든요. 수익성 좀 올리고 좀 반등해서 200억원이라고 해도, 차입금을 겨우 갚을 수준밖에 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운영하면서 배당을 엄청 많이 가져갔던 것도 아니고, 가져간 것도 금유비용에 대부분 썼을 것이고, 원금 회수는 어려울 것 같군요.
 

4. 에이블씨엔씨 인수 사례

 
이런 사례는 수없이도 많지만 살펴볼 마지막 사례는 IMM PE가 인수한 에이블씨엔씨 인수 사례입니다. 어쩌다보니 IMM PE 가 자꾸 나오는데, 이 곳이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라 대형사다 보니 그런 사례가 많을 뿐입니다. 실제로 에어퍼스트 등 조단위 원금 3배를 불리기도 하고 아주 잘 하는 곳입니다.
 
에이블씨엔씨는 대표 브랜드 미샤와 어퓨를 비롯해 스틸라, 셀라피 등 스킨케어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IMM PE가 인수한 한샘 지분율은 약59%로, 약4천억원에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인수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당시 지분을 인수할 때 그때 당시 계약 체결일 종가가 2만 8천원이었는데, 인수가격은 주당 4만 4천원이었으니 시장 가격의 거의 60%비싼 가격으로 사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공개매수로 시장 가격으로 개미들로부터 좀 물타기를 하려했으나, 고작 1% 비싸게 사려하니 개미들이 팔 리가 없습니다.
 
인수 후 영업실적은 어땠을까요? 2017년 인수하기전까지 2014년 123억원, 2015년 230억원, 2016년 294억원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만, 인수 이후 2017년 158억원, 2018년 139억원 적자 그리고 2021년 121억원 적자로 크게 악화된 모습입니다.
 

에이블씨엔씨 이익규모 및 수익성

 
주가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반의 반토막 정도 난 것으로 보입니다. 매출액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영업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어떤 일인 것일까요?
 
[에이블씨엔씨 주가 확인하러 가기
 
중국 THAAD 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그게 없었다고 하더라도 후발주자 경쟁업체들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시장지위를 잃고 있었기는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IMM PE는 대표를 계속 교체해가면서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하는 동시에 엑시트를 노리고 있습니다. 최근 K-뷰티호황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기대감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5. 마무리하며

 
돈을 빌려 회사를 사는 사례를 다뤄봤는데, 여기 사례 말고도 정말 많은 안타까운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마켓컬리가 있는데 한창 돈이 많이 풀리고 배송산업이 커질 때 고평가 받았던 것이 지금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대형기관들은 포트폴리오 효과로 하나가 망가지더라도 다른 것에서 방어를 해주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인 펀드 수익률은 양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내부 정책적으로, 외부 투자자들의 출자 조건으로 한 투자에 전체 자금의 20~25%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럼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시장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때 고평가를 받았던 기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미래 시장 변화에 대한 예측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둘째, 포트폴리오 분산의 중요성입니다. 대형 기관들이 다양한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한 가지 투자 실패가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는 내부 정책과 외부 출자 조건을 통해 실현할 수 있습니다.
 
셋째, 투자 한도를 설정하는 전략입니다. 전체 자금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투자를 제한하는 정책은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는 한 번의 실패가 전체 자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훈을 통해 우리는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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